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느끼는건데,
나 말고도 주변인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여자들은 다 이런걸 느끼는 것 같다.
그것은 '엄마가 갈수록 귀여워진다' 이다.
토요일, 모처럼의 늦잠잘 수 있는 황금같은 아침시간.
꾸역꾸역 아침늦게까지 잠을 자겠다고 버티고 있었는데
엄마가 밥먹으라고 밥먹으라고 계속 깨우시는거다.
반쯤 깬 정신으로
"오늘 아침메뉴는 뭔데?"
"어, 쭈꾸미국"
쭈꾸미국?
왠만하면 잠을 계속 자며 버티려고 했는데
너무 생전 처음으로 들어본 '국명'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더 이상 자고 있을 수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비몽사몽 몸을 추스려 "왠 쭈꾸미국" 하며 식탁으로 나가고 있는데
머리에 스치는 쭈꾸미가 있었으니,
오빠가 지난 주말 회사에서 야유회를 갔는데
바다낚시를 했더랜다. 근데 거기서 쭈꾸미를 건져올렸다고.ㅋㅋ
그래서 그 쭈꾸미 '한마리!'가 냉동실에 들어있었고,
엄마는 아들이 쭈꾸미를 잡아다 줬다며 감격스러워 하셨다.
(누가 보면 겨울철에 손꽁꽁하며 잉어한마리 잡아 고아온줄 알겠음)
"엄마, 호..혹시 그 쭈꾸미?"
"응."
"그 쭈꾸미 한마리?"
"어."
쭈꾸미 국이라고 '국명'을 정한 엄마가 너무 웃기고도 귀여워서 완전 폭소하고 있는데
국을 내어오셨다. ㅋㅋ
정확히 말하면 김치국에 쭈꾸미가 고명으로 들어갔다고나할까. ㅋㅋㅋㅋ
김치국에 오동통한 쭈꾸미의 다리..한 서너개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낄낄낄 웃으며
"아 엄마, 쭈꾸미 한마리 넣어놓고 쭈꾸미국이 뭐야. 아하하"
"쭈꾸미는 원래 넓은 바다에 사니까."
너무나도 당당하게 시적으로 표현하는 우리 엄마를 보니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흐뭇한 마음으로 쭈꾸미국에 밥말아 먹었다;
+ 근데, 난 쭈꾸미가 바다에 산다는게 왜이렇게 어색하지.
처음부터 음식점에서 살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