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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꽥꽥's Blog
꽥꽥이의 하루

친절을 바라보는 눈

분류없음 2009/08/09 00:47 by 오리꽥꽥


오늘 남편을 만나기 위해서 종로3가역을 걸어가는 와중에
지하철에서 느낀 이야기.

종로3가는 세개의 호선이 만나고 있고, 매우 복잡한 역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상으로 올라가려면
계단을 오르고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 2개와 또 계단을 올라가야하는데
2번째의 긴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고
올라가고 있는데 에스컬레이터 위가 살짝 밀린듯 어수선해진 느낌이 들었다.

빼꼼 쳐다보니 한 시각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랫층으로 내려가려고 하고 있었는데,
음..시각장애와 하얀지팡이가 아직 익숙치 않은 사람이었던지
아니면 종로3가역이 초행길이었는지..
내려가는 곳과 올라가는 곳을 착각하여
올라가는 곳으로 내려가려고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올라가는 사람과 그 시각장애인의 방향, 그리고 하얀지팡이가 뒤엉켜,
사람들은 애쓰며 그사람의 몸을 피해,
자기 갈길을 가다보니 에스컬레이터가 밀린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그 혼잡속에 한 동남아시아 사람이
그 시각장애인의 팔을 붙들고 그 속에서 그 사람을 빼내어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까지 인도해
에스컬레이터에 안전하게 안착시켜준 뒤
되돌아서 나가고 있었다.

그 친절을 베푸는 동남아인을 볼 수 없었던 시각장애인.
그 시각장애인과 말이 통하지 않아 한마디 말없이
친절함을 베풀고 있는 친절한 검은손

그 친절을 바라보고 있는 내 눈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은 그 사람이 동남아사람이란 것을 알았을까
그 동남아인은 일반인에게도 항상 그렇게 선뜻 친절을 베풀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친절을 받은 일반인 역시 자연스럽게 그 친절을 받아들일까
왜 눈이 잘보이고 말도 통하는 일반인은 그 시각장애인의 팔을 붙들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을까

나의 친절을 바라보는 눈은 어떠한가
나의 손은 친절에 인색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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